현직 영업사원이 밝히는, 말 많고 탈 많은 제약영업 FAQ
본문
안녕하세요.
제약 영업에서 열심히 약 팔고 있는 현직자입니다.
요즘 심심찮게 유머, 포텐 등 제약영업 글이 많이 올라오고 ( 특히 의대증원 시기 부터 )
~한다더라, ~가 힘들다더라 등 카더라성 정보가 많아 내용 정리 해봤습니다.
근무하면서 자주 받은 질문들 질답 형식으로 정리해볼게요.
아래부터는 편의상 반말체로 들어갑니다.
밑에 4줄 요약도 넣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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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성자 소개
- 매출액 기준 top.10 이내 상위사 영업사원 재직 중 ( MR 직무 )
- 4~7년차 사이 대리급임 ( 신분 노출 우려로 포괄적 게재 )
- 매년 상위 5% 이내 성적 유지 중인 고성과자 ( 돈 많이 받음 )
- 개처럼 벌어서 집안 빚 6천만원 갚느라 아직 장가 못갔고 중고차 끌고 다님 ㅇㅇ
- 입사는 로컬의원으로, 1년 뒤 대학병원팀으로 이동해서 근무 중임
2. 질문 ( 업계 얘기 )
Q1. 제약영업은 왜 시작한거임?
- 일단 나는 ROTC 전역함. 학력은 인서울인데 학점 개판에 성격은 대문자 E라서 영업하려 했었음
- 근데 학점 때문에 대기업 공채, 장교 전형 서류컷나서 제약회사들 지원했더니 최합률이 100% 나왔음
- 돈도 많이 주고 사람들도 운 좋게 잘 만나서 열심히 다니는 중
Q2. 리베이트도 함?
- 나는 안함. 우리 회사도 일절 공식/비공식 적으로 없음. 근데 다들 눈치껏 센스껏 하는듯?
- 업계에서는 '컴플라이언스 준수법'이라는 약사법과 연계한 공정거래규약을 준수해야할 의무가 있음
- 이 준수법에서는 리베이트를 크게 '금전적 제공'과 '노무 제공'으로 나눠놨음
- 금전적 제공 : 돈 갖다주는거 / 노무 제공 : 시다 뛰는거임 ㅇㅇ
Q3. 돈을 왜줌? 얼마나 줌? 어떻게 줌?
- 좀 민감해서 간단히 요약하자면 제품이 복제약이라 대가성으로 돈 주는거임
- 금액은 보통 특정 제품 처방금액의 10~20% 주는듯
- 현금 뽑아서 봉투에 주기도 하고 등등 많음. 실제로 본 적도 있음
Q4. 노무 제공은 뭐임?
- 온갖 제공 다함 진짜로 ㅇㅇ
- 본인 출퇴근 픽업, 자녀 학원 / 유치원 픽업, 자녀 개인 과외, 자잘한 심부름(은행, 도장 만들기 등)
- 심지어 간호조무사 퇴사해서 자리 공석이면 외래 접수도 대신 부탁하는 경우도 있음ㅋㅋㅋ
- 나도 쌩신입 때 맨날 데스크에서 접수 받았음. 근데 재밌고 적성 맞더라 생각보다ㅋㅋㅋ
Q5. 안해주면 되는거 아님? 왜 해줌?
- 우리 회사는 실적압박이 약한편임. 사실 약 좀 덜팔아도 근태 좋고 내부 영업 잘하고 쇼잉 잘하면 인정해줌ㅋㅋ
- 그래도 실적 = 영업사원의 입지이기 때문에 실적이 줄어들면 절대 안됨
- 욕심 없는 사람들은 악성 고객들 다 날려버리면서 일함. 근데 나처럼 집에 빚 있고 등등 명확한 목적의식이 있으면
솔직히 제의 들어왔을 때 거절하기가 너무 힘듬..
- 내 약을 빼버릴 거라는 막연한 공포심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더 처방해주겠지?' 하는 기대감이 더 큰 듯함
Q6. 갑질도 많이 당함?
- 기상천외한, 어마어마한 썰들이 많은데 반응보고 2탄에서 풀어보겠음
- 사실 곳간에서 인심나고, 책에서 인성 난다고 100명 중 1~2명 제외하고는 다들 젠틀하고 좋음
- 근데 그 1~2명이 ㄹㅇ 나머지 99명을 씹어먹는 빌런급임
- 나는 큰 병원 담당자라 다들 배울 점도 많고 인성적으로 엄청 훌륭하심. 오히려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
- 근데 간호조무사 <<<<-----------무조건 걸러라. 진짜 10명 중 9명은 악질임ㅋㅋㅋ신입 때 운 적도 많음 진심
Q7. 약을 차에 쌓아놓고 다니면서 약을 파는거임? 뭐임?
- ㄴㄴ 전혀 아님. 제약은 크게 ETC ( 전문의약품 ) / OTC ( 일반의약품 ) 2분류로 담당 분야가 나뉨
- ETC 영업사원이 병원가서 의사 만나고 처방을 만들어내는 역할임.
- 약은 문전약국에서 종합도매에 알아서 주문해서 처방 나오면 뚝딱뚝딱 조제함. 약사님들 뵐 일 잘 없음. ( 만나도 잘해주심 )
- OTC는 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의약품'을 영업하는 거임. 고객이 약국+약사임
- 이런 경우는 약을 차에 실어서 다닐 수 있음.
- 이 업계 얘기는 잘 몰라서 패스. 나는 ETC 경력만 있음
Q8. 그래서 얼마 받음? 연봉 까줘
- 솔직히 극강의 대기업 제외하고 최상위 티어급 연봉은 맞음
- 모든 국내 제약회사는 초봉 5천이 넘음
- 간단하게 구조를 설명하자면 계약연봉 + 영업 활동비(일비) + 인센티브 + 전사 인센티브(회바회)로 구성됨
- 1년차 영끌(일비 제외) 세전 5천 초반 스타트함. 작년이 max였는데 전국 1등 찍고 9천 받은듯?
Q9. 돈 많이 못받는데?
- 우리회사는 인센티브 많이 안줌ㅋㅋ 한미, 종근당, 대웅 이런 곳이 많이줌
- 대신 그만큼 사내 문화, 조직 분위기가 뛰어나고 워라밸이 좋음. 이것도 개인이 선택하는거임
- 나는 돈 빡세게 벌고 싶다 -> 문화 빡세고 돈 많이 주는 군대식 제약회사 지원 ㅇㅇ
Q10.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됨?
- 일단 유튜브에 뭐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하루 이런거 다 개구라임 믿지마셈.
- 전체적인 흐름은 같은데 너무 오글거려서 못보겠음
-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음. 나는 좀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편임. 감안해줘
- 07시 40분까지 카페 도착, 커피 구매
- 08시~09시 : 아침 인사 및 커피 판촉
- 09시~11시 : 카페 방문, 간단한 서류 업무 진행 ( 사실 차에서 입벌리고 잠 )
- 11시~12시 : 점심 전 고객 방문 10명 정도 진행
- 12시~14시 : 점심 세미나 ( 접대하는거임 ) 진행
- 14시~16시 : 차에서 자거나 놈
- 16시~17시 : 오후 외래 종료 전 고객 방문 10명 정도 진행
- 17시~20시 : 저녁 세미나 ( 접대임 ㅇㅇ ) 진행
- 참고로 접대도 합법임. 1인당 10만원 이하로 식사 가능함. 근데 노래방 같은 곳은 절대 안되니까 기대 말도록
Q11. 술 많이 마심?
- 놀랍게도 나는 1년에 술 2~3번 마실까 말까 함
- 술 싫어하고 잘 못먹음. 주량 1병 정도? 그래서 자주 뵙는 고객들도 자연스레 비음주자 위주로 구성되는 듯?
- 단, 개척해야하는 고객이 술을 좋아한다? 날 잡고 퍼마시고 눈 앞에서 전사함으로써 기세를 보여드림.
- 사적으로 지인들이랑 먹는게 95% 이상임. 본인 스타일에 맞게 할 수 있음
이제 사적인 질의응답들 좀 공유해줄게
Q1. 제약영업 주변 반응 어떰?
- 솔직히 좋진 않음. 워낙 매스컴도 많이 타고 헬영업 ( 맞긴함 ) 인식이 있어서 그런듯?
- 부모님이 반대 + 걱정 많이 하셨음. 근데 몇 년 다니면서 돈도 좀 드리고 하니 좋아하심
- 내 성격을 잘 아시고 평소에 많은 대화를 통해 걱정을 덜어드렸음. 지금은 별 말씀 안하심.
- 보통 초면에 인사하면 영양제 좀 달라 or 싸게 팔아달라고 하는 사람들 많음ㅋㅋㅋ 특히 비아그라 같은 것들?
- 그거는 OTC 영맨들한테 말해야함. 회바회긴한데 보통 ETC 영맨들은 약 못사다줌 ㅠㅠ
- 참고로, 소개팅 나가서 제약영업한다하면 여자들이 좀 안좋아함.
- 근데 일하며 쌓인 말빨 등 활용 잘하면 결과는 좋게 만들 수 있음 ( 나는 세숫대야가 별로라 타율 안좋음 )
Q2. 을질하는거 안힘듬?
- 힘듬. 자존심 진짜 많이 상함
- 진짜 '어렸을 때 공부 안한 업보를 청산 받는구나' 생각 많이함
- 그래도 무던해져서 괜찮음. 의사들은 갑질 잘 안하심. 그 밑에 간호 or 간조 등 주변인들이 좀 심하게 하는 경우 있음
- 갑질하면 나도 고객 안만남 그냥. 그게 우리일의 장점임. 내 매출을 내가 책임만 질 수 있으면 뭐라고 안함
- 지금까지 볼펜 던지고, 컵 던지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의사 3명 만나봤음
- 우리 제품 많이 썼는데 앞으로 처방하지 말라고 면전에 들이박고 정리했음. 내가 못 버틸 것 같아서 그랬음
Q3. 수술실도 들어감?
- 절대 안감ㅋㅋㅋㅋ들어가면 토할듯?
- 수술실 갔다가 뉴스 나오는건 수술 기구를 판매하는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들 case임.
- 나는 약만 팔아대니 걱정 말라구?
Q4. 제약영업 장점이 뭐라고 생각함?
- '자유로움', '페이' 딱 2가지라고 말하고 싶음
- 자유로움은 우선, 약 많이 팔면 장땡임. 막말로 주 1회 출근해도 무방함ㅋㅋㅋ ( 근데 못 팔면 지옥이 펼쳐짐 )
- 나도 작년에 전국 탑 찍을 때는 주 3회 근무했음. 월, 금요일은 걍 집에서 자고 러닝함
- 페이는 금융권이 1억인데~ 이렇게 비교하면 곤란데스. 내 능력, 하는 일에 비해 많이 받는다는 뜻임
- 솔직히 학력도 그저 그렇고 대학 때도 노력 거의 안했음. 그래도 나름 머기업급 페이 받는거에 만족함. ( 대신 빡세서 문제 )
Q5. 단점은?
- 회바회지만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함. 특히 '불안감'이 엄청 큼
- 우리는 매월 '처방통계'라는 것을 수취함. 8월에 우리회사 의약품이 얼만큼 처방 되었는지를 9월 초에 자료로 받음 ( 불법임 )
- 즉, 성적표가 매월 나온다는 소리임. 회사에서도 이걸로 매출 추적하고 압박 넣고 상주고 돈주고 다 함
- 그래서 항상 '우리 약이 줄거나 날아가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 속에 근무함
- 나는 그 불안감을 해소하려고 일을 좀 밀도있게 했던 케이스임
- 그외에는 간혹 찾아오는 보스급 메인 빌런들의 횡포, 주변의 편견과 인식 정도?
Q6. 추천함?
- 하지마셈. 비추함
- 애초에 보험, 증권, 식품 영업하면서 힘들어하는 주변 동기, 선후배들에게는 권유 많이함. 이미 트레이닝 됐으니까
- 근데 단순 '취업이 급해서'는 진심 보따리 싸들고 따라다니면서 말리고 싶음. 호락호락한 직무가 진짜 아니야
- 일례로 내 영업 공채 동기 기수는 40명 입사해서 1년 만에 30명 퇴사했음ㅋㅋㅋ
-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웹소설식으로 표현하자면
-> '집에서는 초절정 소중한 자식인 내가, 영업에선 갑을병정에도 못끼는 불가축 영업사원?'
Q7. 보람이 있음?
- 우리회사는 압도적인 오리지널(특허권) 의약품이 꽤 있음.
- 60년, 70년 전에 출시한 Old-Drug을 처방하는 교수님들 찾아가서 겸손하되 논리 있게 의학 데이터로 설득하려고 노력함
- 이후에 자사 제품 처방하니 환자 예후가 좋아졌다는 말을 종종 들음. 그럴 땐 기분 좋음
- 그외에는 일비, 월급, 인센티브 들어올 때 정도?
- 열심히 일해서 실적이 @@% 씩 오르고 주변에서 인정할 때는 정말 기분 좋음. 성취감 맛 들려서 퇴사 못하는듯?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많아서 이정도로 줄임. 질문은 댓 남겨주면 최대한 답글 해볼게
궁금한거 있거나 반응이 너무 적대적이지만 않으면 2탄도 작성해볼게
업계 특성상 온갖 썰이 많아서 마음만 먹으면 24탄까지 작성할 수도 있음
아참. 4줄 요약 해야지
1. 제약영업 현직임
2. 여러분들 자주 듣는 카더라 80% 진짜임
3. 그래도 나는 만족스럽게 근무하는 중
4. 그래도 제약영업은 하지마라
- 이상 끝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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