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황한 한국 정부…총영사 부재 속 민간 구조
애틀랜타총영사관은 이날 체포된 한국 국적자들에 대해 “가능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총영사가 부재 중인 상태에서 전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 현지에서는 애틀랜타 이민 변호사 협회 및 시민단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구금된 한국인들을 위한 무료 법률 지원을 자처하고 있다. 한 한인단체장은 “한국 국민들이 미국 이민 구치소에 대규모로 수감됐는데 한국 정부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럴 거면 전세기를 띄워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기업 이미지·보조금 영향…“한미 경제동맹 균열 우려”
HL-GA 배터리 컴퍼니는 약 85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며, 연방정부와 조지아주 정부로부터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받은 바 있다.
이번 단속이 노동법 위반, 불법 고용 등으로 귀결될 경우, 투자 인센티브 회수는 물론 향후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미국 내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인 지상사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고, 트럼프 정부는 이를 빌미로 규제의 칼날을 꺼냈다”며 “한미 경제동맹이 정권 교체기마다 요동치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무비자-B1/B2 비자 소지자도 한국서 임금받으면 설비 설치 등 가능]
[“E2 비자도 막혔다”…트럼프발 단속에 한국 기업 ‘투자 회의론’ 고조]
[한미 FTA 체결국인데도 E4 쿼터 제로…한국 정부 외교력 도마 위에]
지난 4일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현대차-LG 합작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체포된 300여명의 한국 직원 대부분이 미국 연방법이 규정하는 근로 규정을 지켰는데도 불법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안보부 산하 국토안보수사국과 애틀랜타총영사관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 파견 직원 대다수는 무비자(ESTA)나 단기 체류비자인 B1 또는 B2 비자를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비자나 B1/B2 비자도 미국 연방법의 비자 관련 규정에 따르면 특정 상황에서 단기간 근무를 할 수 있다.
이민법 전문 위자현 변호사는 “ESTA나 B비자를 소지한 사람들도 신설 공장의 기계 설치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면 미국이 아닌 한국 본사에서 한국 계좌로 해당 작업에 대한 임금을 받는 경우 이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서 “이민단속 당국이 이같은 규정을 무시하고 E2(미국 투자기업의 파견직원 비자)나 영주권을 소지하지 않았다고 무차별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단속이 이뤄진 배터리 공장은 조만간 완공을 앞두고 각종 설비와 기계 등을 설치하기 위해 현대차 및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직원 및 하청업체 직원들이 한국에서 파견돼 작업을 하고 있었고, 이들 대부분이 당국에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은 이같은 당국의 무차별 단속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하면 E2 비자를 발급받으려 노력해 왔지만 이마저도 문호가 닫힌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아에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 대기업 관계자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기는 하지만 불법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E2 비자를 수백명씩 승인받아 직원을 파견해 왔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해 12월부터 갑자기 주한미국대사관이 신청한 E2 비자 전량을 모두 승인 거부했다”고 말했다.
E2 비자의 승인 거부 사태는 올들어 더욱 심각해지기 시작해 미국에 투자한 대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놓고 정작 공장 설치와 운영에 필요한 필수 인력의 미국 파견은 막고 있다”며 미국 투자를 후회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 생산시설에 맞는 기계와 장비를 적재적소에 문제없이 배치하는 것은 숙련된 본사 직원만이 처리할 수 있다”면서 “투자 주체인 우리도 비자 받기가 어려운데 하청업체들의 고민은 더욱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한국 기업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게 발급되는 E4(전문직 취업비자) 쿼터를 위해 한인단체 등이 로비를 펼치고 있지만 20년 넘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다 대미 투자와 인구가 훨씬 적은 호주와 싱가포르는 E4 쿼터를 통해 각각 1만개와 5000개의 전용 비자를 자국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위자현 변호사는 “E4 비자 쿼터는 한인 동포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미국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펼치고 있지만 결국 한국 정부가 나서서 외교적 역량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라며 “최소한 E2비자의 문호 개방을 촉구하는 목소리라도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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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 공장 급습에 진출 기업들 ‘긴장’…“투자에 돌아온 건 단속”]
[B1·ESTA 출장이 발목…대규모 체포 사태에 업계 ‘비자 리스크’ 우려]
[체포 한국인 전원 조지아 ICE 임시 구치소에 구금…곧 추방될 듯]
이 같은 초유의 사태에 미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국내 대기업들도 비자 관리·인력 운영 등 전반적인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이미 미국 진출 경험이 오래된 기업들은 “당장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이민 정책 기조 속에서 언제든 비슷한 단속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공지를 통해 “ESTA를 이용한 미국 출장 시 입국 거부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출장 일정은 2주 이내로 제한하고, 초과 시 반드시 사전 보고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에 4년간 21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8월에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투자 금액을 260억달러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현대차를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위대한 기업”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대규모 이민 단속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게 정말 ‘우대를 받는 투자자’에 대한 대우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 미국에서 인력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출장 엔지니어까지 단속 대상이 된다면 도대체 어떻게 공장을 돌리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에서 오래 사업한 기업들은 그나마 비자 관리에 익숙하지만, 신생 프로젝트나 하청 인력 관리가 취약한 회사는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총영사관에 따르면 체포된 한국인 직원들은 전원 조지아와 애틀랜타 접경에 위치한 조지아주 폭스턴(Folkston) ICE 임시 구치소로 이송돼 수감됐다. 이민당국은 이들을 조사한 뒤 조만간 한국으로 추방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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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청업체 통해 고용된 외국인 노동자 단속 집중
이번 수사는 현대차 또는 LG에너지솔루션 본사 차원의 직접 고용 인력보다는, 하청업체를 통한 외국인 노동자 고용 관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하청업체가 H-2B나 B1 비자를 활용해 전문직 또는 일시직으로 입국시킨 외국인들을 단순노동에 투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당국이 수사 중이다.
현장에서는 신분 검문과 체포자 이송을 위해 연방 수송버스 배치, 주방위군 항공 지원, 주요 출입구에 대한 경찰 차단 등이 이어지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일부 작업자들은 “예고 없이 진행된 단속으로 공사 일정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며 불만을 표했다.
◇ 조지아 내 한인 하청업체 연루 가능성 촉각
지역 한인 업계에서는 이번 단속의 대상에 일부 한인 하청업체가 포함됐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과거에도 현대차 및 기아차 조지아 공장 건설 과정에서 일부 하청업체가 불법 체류자 고용, 임금 미지급 등 문제로 연방 수사 대상이 된 바 있어, 이번 사태가 한인 업체들의 관리·책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민 변호사들은 “이번 수사는 단순히 개별 고용 문제를 넘어선 연방 차원의 ‘노동범죄 단속 캠페인’ 성격이 강하다”며, 조지아 내 대형 산업 현장을 중심으로 유사 수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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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체포된 한국인 직원 상당수는 LG에너지솔루션 소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컨퍼런스나 관광 목적에 적합한 상용 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했으나, 현장에서 체류 목적을 벗어난 취업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단속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휴대전화도 압수돼 회사 측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기업들이 정식 취업비자가 아닌 B1 비자나 ESTA로 출장자를 보내는 관행이 누적돼온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들 비자는 사업 관련 회의나 계약 협상 참석은 허용되지만, 현장에서의 취업활동은 금지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법인은 그동안 한국 본사 직원들에게 ESTA로 입국해 현장 업무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수차례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의 경우는 출장자들에게 취업활동이 가능한 B1·B2 비자를 발급받도록 권유했지만, 비자 인터뷰 일정을 제때 잡지 못해 실제 활용에는 차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2020년 SK온의 조지아 공장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과도 유사하다. 당시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는 한국 기업 직원들이 비자 발급을 제때 받기 어려워 ESTA로 출국했다가 불법 취업자로 간주됐다.
ICE는 현장에서 ESTA 비자로 입국한 한국인 근로자 13명을 불법 취업 혐의로 체포했고, 공항에서는 추가로 33명의 한국인 입국을 거부한 뒤 강제 송환한 바 있다.다른 배터리 업체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켄터키·테네시에 대규모 생산거점을 건설 중이다.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합작으로 인디애나주 코코모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배터리사 관계자는 "그동안 출장 인력은 적법한 비자 발급 절차에 따라 파견해왔다"면서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내부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이민국이 단속 기준을 강화하면서 단순한 현장 취업활동뿐 아니라 컨설팅이나 관리·감독 같은 간접적 취업활동도 불법으로 판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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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조지아 연방하원 후보 브레이넘, 페이스북 통해 ‘신고자’ 자처]
[“몇달 전부터 ICE에 제보”…“불법고용·여성 인신매매” 주장도]
[트럼프 극렬 지지층, 한국기업 고용관행에 “일자리 빼앗겼다”]
ICE에 해당 공장의 불법 고용을 직접 제보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는 조지아 제12지역구 연방하원 공화당 예비후보로 출마한 토리 브레이넘(Tori Branum). 그녀는 미 해병대 출신의 총기훈련 교관이자, 극우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브레이넘은 4일 오전 11시 50분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현대차-LG 메가플랜트를 ICE에 신고한 사람은 바로 나”라고 밝히며, “수개월 전부터 ICE와 통화해 제보해 왔고, 결국 진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글에서 “사람들이 울타리를 넘어 도망치고, 옥상을 통해 도주하려 했다”며 “불법 고용, 인신매매, 심지어 불법체류자의 시신이 공장 부지에 암매장됐다는 의혹까지 있다”며 근거없는 음모론까지 제기해 파장을 키웠다.
또한 브레이넘은 현대차-LG 배터리 프로젝트가 조지아 주정부의 인센티브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까지 비판하고 있다.
◇ 토리 브레이넘, 누구인가?
토리 브레이넘은 조지아주 어거스타 일대를 포함하면서 현대차 메가사이트와 인접한 조지아주 제12지역구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극우 성향의 공화당 예비후보다.
그녀는 자신을 “트럼프 정신을 가장 확고히 계승하는 후보”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민, 총기, 반글로벌 기업 규제를 핵심 이슈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메가사이트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훔치는 수단”이라며 연설에서 한국 기업과 중국 기업을 싸잡아 비판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브레이넘은 공장 내부에서 불법 고용된 여성들이 성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SNS에 올리는 등, 단순한 이민 문제를 극우 포퓰리즘 이슈로 확장해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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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 이번 사태는 기업들이 정식 취업비자가 아닌 B1 비자나 ESTA로 출장자를 보내는 관행이 누적돼온 결과.
2. 하지만 ESTA나 B비자를 소지한 사람들도 신설 공장의 기계 설치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면 미국이 아닌 한국 본사에서 한국 계좌로 해당 작업에 대한 임금을 받는 경우 이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 기업들 또한 이같은 당국의 무차별 단속을 예방하기 위해 가능하면 E2 비자를 발급받으려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해 12월부터 주한미국대사관이 신청한 E2 비자 전량을 모두 승인 거부했다는 점에서 미국 투자의 불확실성만 가속화 되고 있다는 의견이 있음.
3. 더해서 트럼프 지지 기반의 ‘미국 우선주의’ 담론의 의거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는 투자대로 해야하며 당연하게도 이과정에서 비싼 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야하는 기업이 외국인 노동자를 선택하면 그 사업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지지층의 믿음까지 추가된 결과.
4.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대미투자와는 별개로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투자 정책과 비자 제한의 상반된 결과로 인해 미국 투자에 대한 불안감과 미국에서 '우대를 받는 투자자의 대우'에 대한 냉소감만 상승중.
5.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E4 비자 쿼터 제한에 대한 대책과 같이 한국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도마에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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